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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 17:29

앉아쏴55 조회 수:4,291 댓글 수:29 추천:16

최근 강남역에서 한남동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전기 버스였습니다.


칼바람을 맞으며 정류장에서 약 4분 정도 기다리다가

버스를 탔는데, 히터를 전혀 안켜더군요.

 

뒷문 한칸 뒷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하차를 위해 뒷문이 열렸다 닫힐 때마다

강풍이 실내로 들이치고 찬바람이 들어오는데


기사님에게 히터를 켜달라고 하기에 너무 먼 거리에 앉아 있기도 했지만

정말 현타가 오면서 짜증이 났습니다.

 

히터를 켜면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드니

히터를 켜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오닉5를 타는 지인은
겨울에 히터를 켜는대신

220v온풍기를 사용하는 것이 주행가능거리 에는 
훨씬 유리하다며 조수석쪽에 온풍기를 켜면 뒷좌석까지 훈훈한 열이 전달된다고 했습니다.

 

차에 장착된 히터를 켜지 못하는 웃픈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지인은 파나메라 하이브리드인데
최근 저희집에 놀러왔을 때 단지 밖에 있는 
주민센터에 세워두고 충전기를 물려놓고 왔다고 하더군요.

 

대략 7분 정도를 걸어야하는데
한겨울이라 따뜻한 지하주차장에 세워두고 올라오면 될 것을

그놈의 충전이 뭔지...ㅠㅠ

 

이 사례에 대한 반대적인 상황을 살펴본다면 
내연기관 버스를 탔을 때 겨울에 히터를 켜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히터에 인색할 이유 자체가 없지요.


겨울에 버스 좌석에 앉아 이동할 때는 푸근한 그런 기억들이 있습니다.

 

차에 이미 훌륭한 히팅 시스템이 있지만 
열선시트는 커녕 히터도 켜지 않고 온풍기에 의존해 겨울주행을 하는 것은 
주행가능거리를 포기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람마다 내가 하는 행위에 대한 비용을 매겨 수치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비용 대비 가치

즉 가성비로만 모든 현상을 판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삶의 질은 광범위하게 다양한 부분에서 
그 향상을 목표로 열심히 일하거나 혹은 비용을 줄여 
누리고 싶은 자유를 즐기고자하는 본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선명하기 대비되는 불편성이 
긍극적으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볼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심리는 때론 매우 비논리적이며 
비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아주 작은 것을 얻지만 
아주 큰 불편을 감수하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한파속 강풍이 부는 날씨에

전기버스를 타면 추워서 손을 비벼야하며


카카오택시로 택시를 부르면 
히터 안켜주는 전기차가 걸릴까봐 걱정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하면 


기술발전의 혜택은

도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것인지

답답하고 한심하기 짝이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엔진이 켜질까봐 액셀을 살살 달래가면서 주행하는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길을 막고 


적정 속도를 내지 못하는 장면을 뒤에서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기술로 인해 혜택을 누리기는 커녕 
기술의 노예가 되어버려

 

자동차가 주는 
제1의 혜택인 편리성은 허울 뿐인

효율이라는 단어에 지배된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심리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주행가능거리는 히터와의 상관관계가 변하지 않을 것이니 


겨울에 히터에 인색함에 대한 부분도 
바뀌지 않아 겨울에는 늘 차를 타면 푸근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야할 것 같습니다.

 

올겨울 대중교통을 타면 편하게 어딜 갔다는 생각은 없고 
추워서 덜덜 떨었던 기억만 쌓일 것 같아 답답 하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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